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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고양이다 1 :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

어제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개가 병진단을 받았다. 환자가족이 있는 이에겐 "100% 건강할 수 없는거야. 작건 크건 병을 갖고 살아가는걸 차라리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밝게 사는게 더 나을거야"라고는 했지만, 그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펫로스]에선 사람보다 일찍 떠나는 동물을 사랑한다는 건 급소를 하나 더 갖는다는 것이란 말을 했는데, 역시 그말처럼 내 곁에 동물을 두고 사랑하게 된 뒤로 내 급소는 너무 커져서 슈퍼맨의 클립토나이트만큼이나 좋지않은 뉴스에 충격을 받고 울었다.   재작년인가 너무나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 난 비자발적으로 불완전한 캣맘이 되었다.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 검은 비닐을 뒤지는 고양이를 보고. 그땐 감정적인 아닌 이성적으로 정말 도울 방법을 찾기보다는, 단순히 불편한 내맘을 달래려는 그런 시도였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내가 음식을 놔두면 바로 알아채고 먹으로 오던 고양이들은 내 존재를 매우 불편히 여기고 이빨을 드러냈다.   어제 그가 준 이 책 속의 사진을 보고 난 참 놀랐다. 사람의 손에 들린 사진기가 무서웠을지 모를 이 고양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배를 내밀고 곁을 내주는지. 얼마나 사진작가분이 정성을 쏟았을지, 얼마나 그의 눈매와 먹이를 놔주는 손길에 온기를 느꼈을지....     ...그러나 어느날 알게됐다. 안타깝고 슬프고 외로운건 그들이 아니라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란걸. 우리들이야 내숭도 떠고 감추기도 하지만 에둘러 표현할 길이 없는 길고양이들의 아픔이 자꾸 내 마음을 두드린단 걸. 나아가 생로병사의 모든 위태로움 속에서도 수정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그들의 눈을 통해서 거꾸로 나의 상처를 치료받았단 사실을...   위 추천의 글에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빈 속에 두툼하게 패딩을 입고 밖을 나가면 얼굴을 펴지못하고 인상을 쓰지만, 이런 추위와 배고픔은 나에게 일시적이지만 저기 밖에 버려진 동물에겐 더한 힘듦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지만, 그저 눈물을 흘리고 불편한 마음을 치워버리는 것보다 더 마음을 굳게 먹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사진집인데, 너무 말이 많았다. 사진의 수준과 피사체 모두 매우 수준이 높다.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고양이들은 사람과 달리 온몸으로 두 눈으로, 가끔 상처입은 한 눈으로도 헐벗은 자신을 내보여준다. 가끔은 안쓰러운 모습도 있지만, 그저 두툼한 옷을 입고 안됐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더 강하게 강한체를 한다. 버려진 물건 위, 수풀 뒤에서 안락한 식빵구이 자세를 하기도 하고, 오두커니 서있는 오토바이의 거울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고, 먼지많은 거리 위에 끝내주는 요가포즈를 하고...   이 책이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이 리뷰가 이 책에 누가 안됐으면 좋겠다.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나쁜 일들이 하나씩 줄고 좋은일이 하나씩 더 늘었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고, 그런 이에게 악플을 다는 인간들이 벌받았으면 좋겠다. 인간보다 더 일찍 가는 동물들이 그 짧은 기간 동안 더 응축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신문 배달하는 사진작가, 10년째 길고양이들의 삶을 찍다아무도 없는 새벽녘의 주택가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피면서 그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한 남자가 있다. 길고양이를 찍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동네 주민의 신고로 지구대로 끌려간 적도 있는 그의 본업은 신문배달이다. 하지만 자신만큼이나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생활사진가이기도 하다. 길고양이를 찍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그는 10년 째 길고양이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사진으로 찍고 거기에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글을 덧붙여 매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이번에 펴낸 책은 10년 넘게 매일 같이 찍어온 고양이 사진 수만 장 중에서 엄선한 것을 엮었으며 제주에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있는 김초은 작가의 손글씨가 더해져 한층 더 사진의 깊이를 더해준다.

1.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린다
2. 새끼는 어미만 보고 산다
3. 인연을 외면할 수 없다
4. 한 번 바뀐 눈빛은 돌아오지 않는다
5. 눈 감으면 그곳이 천국이다
6. 그래도 고양이는 산다